고등학교때였을까, 그때는 추리소설이 인기였었지만 나는 별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많이 읽지는 않았다. 탐정소설이 주는 뭔가 꺼림직한 분위기도 싫었지만, 으시시한 분위기도 별로여서, 되도록이면 별로 읽지 않는 편이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년탐정 김전일이 친구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김전일이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이니 관심있으면 읽어보라는 북크로싱 모임의 마가슬 언니의 추천에 따라, 드디어 정말 아주 오랫만에 손에 든 추리소설이었다.
요코미조 세이시.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작가다. 일본에서는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라고 하니, 그의 인생도 전쟁시기에는 거의 작품을 쓰지못하였다가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빛을 발하게 되었는데, 김전일의 할아버지인 긴다이치 코스케가 데뷔하는 '혼징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하나둘씩 나오게 된다. 이후, <옥문도>, <여덞개의 묘지가 있는 촌>, <이누가미 일족>,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등의 명작을 발표하며 거장으로서의 기반을 쌓은 작가는 1964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일본문학계의 '사회파'라는 흐름에 의해 잠시 붓을 쉬고 있다가, 다시금 1974년부터 <가면무도회>, <병원 비탈길 목매달이 죽은 이의 집>, <악령도>를 연이어 발표하고, 1981년 79세의 나이로 결장암으로 세상을 마감한다.
으례 탐정이라면, 부시시한 머리, 바바리 코트, 그리고 뭔가 빛나는 눈. 역시 김전일의 할아버지인 긴다이치 코스케도 다를 바 없이, 이 책에서도 수더분한 머리, 비듬, 그리고 체격도 별로, 외모도 뛰어나지 않은 언제나 주름진 옷에 하카마를 걸치고, 구멍난 버선에 나막신을 신고다니는 흥분하면 말도 더듬는 캐릭터라니.
옥문도에서는 <혼징살인사건>때 처럼 20대의 철없는 탐정이 아닌 30대로 막 접어든 탐정이 나온다. (솔직히 난 <혼징살인사건>을 읽지 않았으니 20대의 철없는 탐정이 어떤 탐정인지 잘 모르겠다만은) 어쨌든, 옥문도라는 폐쇄된 섬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줄거리로써, 한 가문의 본가와, 분가, 그리고 스님이 나오는 절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하이쿠, 그리고 일본의 연극, 문화가 녹아있어 비교적 지루하지도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범인을 예상했으나, 막판에는 연쇄살인사건에 다른 범인이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앗. 스포일러..?]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였다. 사건사건하나가 예술이라 말해도 좋을 일본식 문화가 숨어있었다. 그러기에 이책이 비교적 빨리 읽히는 이유는 역시 숨가쁘게 달려가는 사건의 줄거리가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시인 하이쿠라든가, 일본 복장, 일본의 문화가 녹아있는 소설이여서 더욱 흥미진진했던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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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세요 : http://pds5.egloos.com/pds/200703/02/17/c0003117_12030951.jpg